본문 바로가기
혁신기업&투자분석

양자컴퓨터, 이제 실전에 가까워진다 – NISQ 시대를 위한 페르미온 상태 준비의 새로운 해법

by hunique 2025. 5. 16.

양자컴퓨터는 어디까지 왔을까?


양자컴퓨터는 미래 기술의 핵심으로 불리지만, 아직 완전한 형태의 양자컴퓨터는 등장하지 않았다. 현재는 ‘NISQ(Noisy Intermediate-Scale Quantum)’ 시대라 불리는 과도기에 머물러 있으며, 큐비트 수도 제한적이고 에러율도 높아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기에는 여러 한계가 따른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서도 양자 시뮬레이션을 실현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양자 시뮬레이션 중에서도 고전 컴퓨터로는 계산이 어려운 페르미온(Fermion) 입자의 산란(scattering) 현상은 물리학, 재료과학, 의약학 등 여러 분야에 핵심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러한 시뮬레이션을 보다 간단하게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을 소개한다. 복잡한 수학 대신, ‘간단함’을 무기로 현실적인 양자 알고리즘을 가능하게 만든 흥미로운 연구이다.

 


복잡한 페르미온, 왜 어려운 대상일까?


페르미온은 전자나 쿼크와 같이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다. 이들은 ‘반교환(anti-commutation)’ 관계라는 특수한 수학적 법칙을 따르며, 서로 중첩되고 간섭하는 등 양자역학적 성질을 강하게 가진다. 이를 양자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려면, 페르미온의 상태를 수학적으로 정확히 구현하는 복잡한 회로 구성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방식은 Jordan-Wigner 변환을 통해 페르미온을 큐비트의 Pauli 연산자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회로가 매우 길어지고, 많은 수의 2큐비트 게이트(CNOT)가 필요하게 된다. 예를 들어 8개의 큐비트만 사용해도 200~500개의 게이트가 필요하며, 이는 현재 하드웨어로 처리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결국, 회로의 깊이가 커질수록 에러와 노이즈가 누적되어 시뮬레이션의 정확도는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발상의 전환: 조건을 완화하면 회로가 짧아진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꼭 모든 조건을 엄밀하게 지켜야만 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정확한 수학적 조건을 약간 완화하더라도, 전체적인 양자 상태의 물리적 성질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논문에서는 페르미온의 상태를 만들 때 필요한 연산 중 일부 조건을 부분적으로만 적용하고, 대신 파동 패킷(wave packet)을 공간적으로 좁은 범위에만 국한시켜 회로를 단순화했다. 이때 사용된 방식은 ‘Jordan-Wigner 문자열’을 일부 잘라내는 형태인데, 이는 해당 파동이 영향을 주는 구간만 계산하고 나머지는 무시하는 식으로 처리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파동 패킷은 전체 회로 깊이가 시스템의 크기와 무관하게 파동의 너비에만 의존하도록 설계된다. 실제로는 3~5개의 큐비트만을 사용하는 회로로도 거의 동일한 물리적 행동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단순화된 방식은 실제와 얼마나 유사할까?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Transverse Field Ising Model이라는 유명한 양자 모델을 기준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먼저 이상적인 방식으로 만든 정규 상태와 비교해보았을 때, 단순화된 방식으로 만든 상태도 위치 공간과 운동량 공간 모두에서 매우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8개의 큐비트로 구성된 시스템에서, 두 개의 파동 패킷을 생성하고 충돌시킨 뒤 시간에 따라 진화시키는 실험을 진행했을 때, 평균 오차는 약 5.9%에 불과했다.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경우에도 오차는 1.7~2.7% 수준으로 유지되었으며, 이는 기존 방식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정확도로 볼 수 있다.

32개 큐비트의 확장된 시뮬레이션에서도 평균 오차는 2.5% 수준에 머물렀다. 이러한 결과는 회로를 단순화하더라도 페르미온 상태의 물리적 특성을 유지하면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IonQ 양자 하드웨어에서의 실전 테스트


이론만 그럴듯한 것이 아니라, 실제 양자 하드웨어에서도 적용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연구진은 IonQ의 Forte 1이라는 36큐비트 트랩 이온 양자컴퓨터를 사용해 8큐비트 상태를 구현했고, 총 300회 샷(shots)만으로 평균 5% 정도의 정확도를 달성했다.

에러 보정이나 노이즈 완화 기술 없이도 이 정도의 정확도를 보여줬다는 점은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향후 더 많은 샷과 에러 보정 기술이 적용되면, 실용적인 양자 시뮬레이션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IonQ의 장점인 큐비트 간의 전면 연결(all-to-all connectivity)을 활용해, 복잡한 연산 없이도 효율적인 시뮬레이션이 가능함을 보여준 점에서 기술적 파급력은 매우 크다.


이 기술이 바꿀 미래는?


이번에 제안된 단순화된 상태 준비 기술은 단순한 회로 최적화 기법 그 이상이다. 이는 향후 양자 시뮬레이션이 실험실을 넘어 실생활 문제에 적용되기 위한 핵심 기반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다.

• 전자 구조, 분자 시뮬레이션, 입자 물리학 등 고전 컴퓨터로는 어려운 계산을 간단한 회로로 처리 가능

• IonQ뿐만 아니라 IBM Q 같은 초전도 방식의 양자컴퓨터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 가능

• 기존의 Givens 회전 방식이나 VQE보다 회로 깊이를 크게 줄이면서도 비슷한 성능을 확보함

무엇보다도, 이 방식은 시스템 크기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향후 수백 큐비트의 시스템에서도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마치며: ‘간단함’이 새로운 혁신이다


양자컴퓨터는 여전히 개발 중이며, 에러와 노이즈는 피할 수 없는 한계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복잡함 속에서 간단함을 찾아내는 아이디어가 얼마나 큰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페르미온 산란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단 3~5개의 큐비트만으로도 거의 동일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양자컴퓨터는 더 이상 ‘불가능한 기술’이 아니다. 현실에서, 그리고 산업에서 활용될 날이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앞으로 이 방식은 다양한 알고리즘 최적화와 결합되어, 더 큰 규모의 양자 시뮬레이션과 계산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단순화는 때때로 최고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및 출처

• Michael Hite. “Simplified Fermionic Scattering State Preparation for the NISQ Era.” arXiv:2505.00476v2 [quant-ph], 2025년 5월 13일 공개.

• 실험 결과 및 하드웨어 시뮬레이션은 IonQ Forte 1 장비에서 수행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