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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기업&투자분석

납을 금으로 만든 CERN 실험, 금값에 미칠 영향은?

by hunique 2025. 5. 18.

알케미의 재림인가, 과학적 돌파인가

2025년 5월,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전 세계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납을 금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이 발표는 마치 중세 연금술이 현대 과학으로 부활한 듯한 인상을 남기며, 전 세계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과연 이 실험이 금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단순한 과학적 발견 이상의 경제적, 투자적 함의를 다각도로 분석해보자.


CERN의 실험, 진짜 ‘납을 금으로’ 만든 걸까?

이번 실험은 스위스에 위치한 CERN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에서 진행되었다. 과학자들은 납 원자핵을 거의 빛의 속도로 가속시킨 뒤, 강한 전자기장을 유도해 이 원자핵에서 양성자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금’ 원자핵을 생성했다. 즉, 납(Pb, 양성자 수 82)에서 3개의 양성자가 떨어져 나가며 금(Au, 양성자 수 79)으로 전환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로 ‘지속성’과 ‘양’이다. 이 실험에서 생성된 금 원자핵은 총 860억 개. 얼핏 보면 엄청난 숫자지만, 실제 질량으로 환산하면 29피코그램(0.000000000029g)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이 금은 대부분 불안정한 동위 원소이며, 수백만 분의 1초 만에 다른 입자로 붕괴되었다. 다시 말해, 실질적인 금 생산이라기보다는 ‘가능성의 증명’에 가까운 실험이다.


연금술의 부활인가, 금 시장의 위기인가?

이 뉴스가 발표되자 일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젠 금도 공장에서 찍어낼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금은 대표적인 희소 자산으로,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만약 인공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면, 현재의 금값은 붕괴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실험이 금값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본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경제성 전무: 금 1g 생산 비용이 천문학적

현재 CERN에서 진행된 실험처럼 금을 생성하려면 수십억 달러짜리 입자 가속기가 필요하다. 여기에 사용되는 전력량, 장비 유지비, 데이터 분석까지 포함하면 단 1g의 금을 만들기 위해 수천조 원이 들어갈 수도 있다. 결국 물리적으로는 가능하나, 경제적으로는 완전히 비현실적인 방법이다.

2. 공급량으로 시장 영향 미미

지금까지 생산된 전체 금은 약 20만 톤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 개인 투자자, 산업체에 분산되어 있다. 그런데 29피코그램? 이건 전 세계 금 공급량의 0.00000000000000014% 수준에 불과하다. 즉, 실험이 아무리 성공적이더라도 금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수준이다.

3. 금의 가치는 물리적 희소성만이 아니다

금은 단순한 금속이 아니다. 전통적으로는 화폐 대용, 보석, 국가의 외환보유자산으로 사용되어 왔고, 최근에는 전자·반도체 산업에서 필수적인 원재료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금은 금융위기, 전쟁,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금의 매력은 단순한 공급 논리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이번 뉴스에서 배울 점

이번 CERN의 실험은 기술적으로 대단한 성취이지만, 경제적 실효성이나 금값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여기서 투자자들이 얻어야 할 통찰은 다르다. 다음과 같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 기술이 시장을 흔드는 방식은 느리지만 강력하다: 지금은 의미 없는 수준이지만, 미래 기술이 어떤 시장을 ‘잠식’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AI, 양자컴퓨팅, 핵융합처럼 먼 기술이 가까운 미래에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 금도 언제까지나 ‘절대 안전자산’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대체재(예: 비트코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출현하면 금의 위치도 재정의될 수 있다.

• 금 시장은 공급보다 ‘신뢰’에 의해 움직인다: 투자심리, 지정학적 리스크, 통화정책이 금값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이런 사건은 오히려 단기적인 변동성을 제공할 뿐이다.


결론: 금값은 여전히 '믿음' 위에 서 있다

납을 금으로 만든다는 꿈은 수천 년 전 연금술사들의 오랜 염원이었지만, 2025년 과학의 힘으로 마침내 부분적으로 실현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다르다. 금은 여전히 희소하고, 가치 있는 자산이며, 이번 실험은 기술적으로는 의미 있으나 경제적으로는 무의미하다. 결과적으로, 이 뉴스는 금값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이런 기술적 돌파는 금의 독보적 위치를 재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